'손타클로스'의 추억도 사라졌다… EPL 140년 전통 무너진 ‘조용한 박싱데이’, 유일한 경기 맨유 vs 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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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축구전문기자팀2025년 12월 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140년 전통이 무너졌다.‘박싱데이’의 상징이었던 다중 경기 일정이 사라지고,올해는 단 한 경기만 열린다.축구팬들에게 크리스마스 다음 날의 ‘손타클로스 경기’로 익숙한EPL 박싱데이 풍경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박싱데이 단 한 경기’… EPL 140년 역사상 최초
EPL 사무국은 1일(한국시간)2025~2026시즌 박싱데이(12월 26일) 일정에서단 한 경기만 편성했다고 발표했다.현지시간 오후 8시,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리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경기다.나머지 9경기는 모두 27~28일로 분산됐다.
27일 토요일에는 ▲노팅엄-맨시티 ▲브렌트포드-본머스▲아스널-브라이튼 ▲리버풀-울버햄튼 ▲번리-에버턴▲웨스트햄-풀럼 ▲첼시-애스턴빌라 등 7경기가 열린다.28일 일요일에는 ▲선덜랜드-리즈 ▲팰리스-토트넘 2경기가 예정돼 있다.
이유는 ‘유럽 대항전 확대’… 전통이 일정에 밀리다
EPL 측은 경기 축소의 이유로유럽클럽대항전(챔피언스리그·유로파·컨퍼런스리그)의 일정 확대를 들었다.조별리그가 리그전 형태로 변경되면서대회 기간이 기존 6주에서 10주로 늘었고,이에 따라 EPL의 주말 경기 수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EPL 대변인은 “유럽 대회 일정 증가로리그 일정 조정이 불가피했다”며“박싱데이 경기 수 감소가 전통에 영향을 미친 점에 대해팬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이어 “모든 구단이 최소 60시간의 휴식 시간을 보장받도록FIFA 권고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타클로스’ 손흥민도 즐겼던 전통… 박싱데이의 의미
박싱데이(Boxing Day)는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대표적인 연말 축구 문화다.귀족들이 크리스마스 다음 날 하인과 농노에게‘선물 상자(Box)’를 나눠준 풍습에서 유래했으며,노동자 계층이 가족과 함께 축구를 즐기는국민 명절로 자리 잡았다.
EPL에서도 박싱데이는‘살인 일정’이라 불릴 만큼 연말연초 경기의 중심이었다.박지성, 이영표, 손흥민 등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도이 전통의 중심에 있었다.특히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박싱데이마다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며 팬들에게 ‘손타클로스(Son-taclaus)’라는애칭을 얻었다.
2014년엔 10경기 ‘풀매치’… 불과 10년 만의 급변
박싱데이는 단순한 축구 일정이 아니라영국 축구 문화의 정체성이었다.2014년엔 금요일 일정임에도 불구하고10경기 모두가 같은 날 열렸고,2023시즌까지도 평균 8경기가 배정됐다.하지만 올해는 단 한 경기만 편성되며‘역사상 최초의 조용한 박싱데이’가 됐다.
영국 축구 서포터협회는“박싱데이에 맨유-뉴캐슬만 하는 건 경솔한 결정”이라며“뉴캐슬 팬들이 연휴 기간 가장 먼 원정을 떠나야 하는데밤 8시 경기를 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축구의 영혼이 상업에 밀렸다”… 英 축구계의 탄식
영국 ‘BBC’ 칼럼니스트이자 축구 통계학자개빈 버클랜드(Gavin Buckland)는“박싱데이에 단 한 경기만 열린다는 것은영국 축구 전통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그는 “박싱데이 일정은 EPL 팬들이 매년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이었다.이번 변화는 축구가 상업적 효율성에 밀려본래의 공동체적 가치를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EPL은 1995년부터 시즌당 380경기를 치러왔으나,이번 시즌엔 33주 체제로 축소됐다.‘경기 과밀화 방지’라는 명분 아래140년 전통의 ‘박싱데이 축구’가 희생된 셈이다.
팬들은 여전히 12월 26일을 ‘축구의 날’로 기억한다.그러나 올해는 손타클로스의 선물도, 다중 경기의 환호도 없다.유일한 경기, 맨유와 뉴캐슬의 대결이전통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그리고 팬들은 묻는다 —“박싱데이 없는 EPL, 여전히 같은 리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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